자기소개를 해달라는 질문에 일러스트레이터 곽명주 작가는 수줍게 답했다. 인터뷰는 그녀의 제주 작업실에서 진행되었다. 작업실 옆에는 그녀가 직접 손을 본 집 한 채와 여러 작물이 심어진 텃밭이 함께였다. 수줍어하면서도 또렷하게 이야길 이어나가는 그녀는 몸도 마음도 한없이 평화로운 모습이었다. 곽명주 작가는 2020년 11월부터 제주도에 내려와 살기 시작했다. 일상과 자연을 그리는 그녀는 제주를 만나면서 그녀의 작품들은 제주를 만나면서 더욱 푸릇푸릇 해졌다. 자연의 색을 사랑하는 그녀가 바라보는 제주의 모습과 일상의 모습은 여전히 따뜻하고 편안하다.
Q. 제주에서의 일상은 어떤가요?
원래 집 밖을 잘 나가지 않아요. 어제도 택배를 보낸 일 외엔 마당을 벗어나지 않았죠. 막 제주에 왔을 땐 여러 장소를 가고 그랬지만 이 곳에서 안정을 찾고 나니까 다시 안 나가게 되었어요. 집에 작업실이 있어서 일도 집에서 하고. 직접 요리를 하고 텃밭을 가꾸고 그림도 그리면서 그렇게 살고 있어요.
Q. 제주는 이전에 살던 곳과 비교했을 때 어떤 점이 유독 다르다고 여겨졌나요?
사람들이 정겹고 또 이웃들이 무척 친절하세요. 제사음식을 나눠주시기도 하고 엄청난 양의 귤이나 당근을 주시기도 해요. 제주 땅에서 나는 음식과 정의 풍요로움을 매번 느껴요. 또, 제주는 그동안 살아온 곳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에요. 그래서인지 오히려 저에게 집중할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서울에서는 불을 끄고 눈을 감아야만 제가 보였어요. 하지만 제주에선 눈을 감지 않아도 저를 볼 수 있게 되더군요.
Q. 제주에 오면서 잃은 것도 있겠지만 얻은 것들이 많을 것 같아요.
이젠 잃은 것은 잘 생각이 안 날 정도로 적응이 되었어요. 처음엔 이사하랴, 적응하랴 스스로를 가만두지 못했죠. 갑작스레 늘어난 시간에 대한 공허함을 어떻게 달래야 할지 몰랐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안정이 되었고 빨리 적응할 수 있었어요. 얻은 것이 있다면 계절을 온전히 느끼게 되었달까요. 나무에 새순이 돋아나고 꽃봉오리가 점점 커져가는 게 여기선 보여요. 계절이 변하고 자연이 움직이는 걸 직접 보고 경험하며 지내는 게 정말 좋더라고요.
Q. 곽명주의 일상과 삶이 작품에 그대로 녹아드는 것 같아요. 지금 제주에서 많은 자연들과 설레는 일상을 그리고 계시지요.
대부분 경험한 것들에서 작품의 영감을 받아요. 무언가를 볼 때 그냥 단순히 보지 않고 그림처럼 포착하곤 했는데 이제는 거의 습관이 되었어요. 저건 그림으로 그릴 수 있겠다, 저 구도가 참 좋다, 저런 색의 조합이 마음에 든다, 이런 식인 거죠. 가끔 이런 방식을 깨보고 싶기도 해요. 시각을 달리하고 방식을 바꿔보자는 고민을 하고 있어요.
Q. 작가로서 걱정하는 부분이나 고민들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혼자만의 작업을 할 때 더 여러 번 그리게 되고 생각이 더 많은 편이에요. 자주 쓰는 색의 색연필들은 빨리 닳는데 잘 안 쓰는 색들은 새 것인 걸 볼 때마다 난 이 색을 못쓰는 사람일까? 하는 고민을 하기도 해요. 한 번은 제가 잘 모르는 분야의 일을 맡는 게 걱정이 되었어요. 그런데 스스로를 테스트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 들더군요. 결국 그 일을 하게 되었는데 좋은 경험이었고, 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어요. 여러 경험을 통해 끊임없이 깨우치고 배워나가고 있는 것 같아요.
Q. 작가가 아닌 사람 ‘곽명주’는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까요? 고민 해결 방법도 궁금합니다.
안 써도 되는 힘을 쓰지 않고 싶어요. 저는 거절을 잘 못해요.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상대방에게 미움을 받을까 봐서요. ‘남들이 바라보는 나’와 ‘나만이 알고 있는 나’가 똑같기를 바라지만 사실 다른 거죠. 제가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싫어하고 좋아하는지 명확하지 않았어요. 제가 그리고 싶은 것을 그려왔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던 거예요. 이런 고민을 해소하기 위해 시작한 것이 명상이에요. 명상을 하면 할수록 몰랐던 저에 대해 알아가고, 발견하고 있어요. 전보다는 제 자신을 많이 알고 있지 않나 생각해요.
Q. 곽명주가 전하고 싶은 나를 사랑하는 방식과 나를 위한 삶의 방식은 무엇인가요?
타인과 비교하지 않는 거요. 저는 어떤 부정적인 감정이 들거나 기분이 좋지 않을 때, 남을 신경 쓰거나 남과 나를 비교하지 않고 저만의 동굴 속에 들어가요. 그리고 그 속에서 좋은 방향을 가르쳐 줄 스승을 제 안에서 찾아보죠. 물론 가족과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힘든 것들을 털어낼 때도 있지만, 가끔은 스스로 고립되어 보는 거예요. 건강하고 단단한 ‘나’를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정답이 아니라 저만의 방법이에요. 사람을 모두 자신만의 방법을 찾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Q.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제가 수영을 정말 좋아해요. 상황이 조금 괜찮아지면 바다 수영에 도전해 보려고요. 그리고 지금 텃밭에 상추, 양파, 대파, 호박, 감자, 딸기를 심었어요. 꽃과 허브들도 있는데, 앞으로 다양한 작물들을 재배하고 싶어요. 그리고 제주도에서 작은 샵을 열어볼까 해요. 작품 전시도 하고 굿즈나 소품도 팔고 제주와 관련된 것들도 만나볼 수 있는 그런 샵이요. 구체적으로 준비를 하고 있진 않지만 진지하게 생각 중이에요.
Editor in chief. SeokHyeon Oh
Creative. HaYeong Jo
Media. BoRam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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